일상

6일차 / 마감근무

무등산수박 2013. 4. 3. 03:29

그동안 힘들어서 포스팅을 못했다. 퇴근하고 오면 바로 씻고 누워버려서 포스팅할 정신이 없었다.

긴장됐던 주말근무를 마치고 월요일에 쉬니까 정말 행복했다. 빗자루를 하도 많이 잡아서 오른쪽 손이 전체적으로 아프다. 타자치기가 불편한 정도다. 오늘 플로어청소하는데 손에 힘을 주는게 불편했다.

 

일주일간 백룸과 플로어만 전전하다가 드디어 B3 교육을 받게 되었다. 저번주에 유통기한과 부재료, 프라푸치노 레시피 시험을 보고나서 드디어 바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레시피를 보다가 6시가 되자 일을 시작했다. 우선 까라페를 바꾸고 플로어를 돌았다. 화장실도 정리하고 백룸으로 가서 밀린 설거지를 했다. 하도 많아서 세척기를 계속 돌렸다.

30분이 지난 후 바에 들어갔다. 우선 샘플링을 준비했다. 4월에 업그레이드가 된 베리베리플러스를 만들고 샘플링 컵에 나눠 담았다. 카페인을 못드시는 손님들을 위해 비슷한 맛인 패션티 레모네이드도 함께 준비했다. 그런데 레시피만 보고 실제로 적용을 못해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처음부터 실수를 해버리자 자신감이 없어졌다. 계속해서 여러가지를 가르쳐줬는데 파트너분이 너무 다그치고 정색하면서 얘기했다. 내가 잘못한 거지만 못마땅해하는 태도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서 프라푸치노 주문이 거의 안들어왔다. 제대로 공부도 못한 핫 베버리지만 주구장창 배웠다. 계속 헷갈리고 레시피도 기억이 잘 안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다른 파트너분은 또 나때문에 주문이 밀리고 음료나가는게 지체되니까 짜증이 났을 것이다. 바 안은 너무 살벌했다. 겉으론 웃고있지만 속이 말이 아니었다. 점점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갔다. 바쁘니까 레시피 알려줄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처음 마킹만 해주고 만들어보라고 하면 난 당연히 버벅대고 진도가 안나갔다. 시럽이 몇 번 들어가는지 샷이 몇 개가 들어가는지 혼동이 왔다. 계속해서 물어보면 상대방도 화나고 나도 미안하고 계속해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8시 반이 돼서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전날에도 먹었던 더블샷으로 포스팅했다. 게속 눈치만 보다가 쉬니까 정말 좋았다. 짧았던 브레이크를 마치고 마감을 시작했다. 3층 리사이클바를 마감하고 밀린 설거지를 했다. 플로어와 백룸을 오가면서 정신없이 마감업무를 하니 마음이 더 편했다.

백룸이 가장 편할거라더니 정말이었다. 일을 안가르쳐주고 피드백만 하고 눈치껏 배워야하는 현실이 싫다. 일주일동안 마감만 해서 이제 마감업무가 적응이 됐는데 산넘어 산이라고 또 다시 큰 산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적응이 되길 할런지 걱정이다. 최대한 민폐를 안끼쳐보고자 노력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오늘 출근해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제의 수많은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레시피를 열심히 외워야겠다. 아르바이트와 컴활 필기 공부를 같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원망스럽다. 멍때리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어휴...

짜증이다.

 

 

오늘 먹고 마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