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1일차 / 마감근무

무등산수박 2013. 4. 11. 02:12

아르바이트 시작한지 한달은 훨씬 지난 느낌인데 아직 11일차다. 3주째에 접어들었다.

손이랑 손목이 아팠는데 쉴 때마다 파스를 붙이고 다니니까 견딜만하다. 아예 안아픈 건 아니지만 저번처럼 타자도 못 칠 정도는 아니란 얘기.

저번주말에 미들 한 번 뛰어보고 역시나 계속 마감이다. 미들이 정말 좋았다.

화장실청소는 해야했지만 뭔가 여유로웠다. 마감은 해야할 일이 수북히 쌓여있는 반면에 미들은 백룸만 보면 됐다.

 

스케쥴표를 보니B1,2시험보는 날이라 일터로 가는 버스 안에서 벼락치기로 계속 외웠다. 그런데 옷 갈아입고 백룸으로 가자마자 시험은 내일 본다고 했다. 이게 웬떡이야 ㅋㅋㅋㅋㅋ너무 좋았다.

매장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설거지도 적은 편이었다. 오늘 같이 일한 분은 워낙 손이 빠르셔서 혼자서 세사람 몫을 해내는 것 처럼 보였다.

원래 내가 해야하는 일까지도 먼저 해놓으셔서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하던 것들도 벅찬데 어쩜 그리 여유롭고 빠릿하게 하는지 부러웠다.

평소처럼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시간이 배나 걸렸다. 내려가니 벌써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다른 분들께 죄송했다.ㅠㅠ 아이스바닐라라떼로 포스를 찍고 만들었다. 오랜만에 마시니 더 맛있었다. 지루하게 브레이크 타임을 보낸 후 플로어를 돌고 설거지를 했다. 3층 리사이클바를 마감하고 여유롭게 백룸 마감을 준비했다. 10시에 2층 리사이클바를 마감하고 30분동안 최대한 설거지를 많이 해뒀다. 열시 반에 2층에 올라가서 마감 준비를 했다.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리사이클바에 쌓인 쟁반과 쓰레기와 머그컵들을 양손 가득 들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ㅠㅠ또르르.......백룸에 도착하기까지 10발자국도 안남았는데 사과주스병이 중심을 잃고 밑으로 떨어져버렸다. 설마 깨질까 하면서 바라보는데 슬로우모션 장면을 보는 것 처럼 천천히 병이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1층에 유리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같이 일하시는 분이 굳은 표정으로 본인이 치운다고 하셨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치우고 싶었지만 할 일이 남아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2층으로 올라갔다. 끝나고 오늘 집에 갈 때도 너무 죄송스러웠다.

으휴......아직도 어리버리하게 실수나 하고 있다. 나보다 한 달 먼저들어온 분은 4일만에 바에 들어갔다는데 난 3주째 백룸신세다. 안맞는 일을 무리해서 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든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그냥 토익학원이나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해야하는데 시간낭비하고있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