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꾸닭
대학생 때 붙어다녔던 친구 둘을 만났다. 1학년 학부시절에 만나 2학년에 과가 나뉘게 되어 바쁠 땐 서로 잘 못봤지만 그래도 강의실이 같은 건물이라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나만 다른 학과로 떨어져서 3학년, 4학년이 될수록 점점 소외받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그들 사이의 공통점이 더 커지고 나는 나대로 과제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치여서 힘들어져만 갔다.
졸업 후 한 친구가 유학을 가서 만날 기회가 줄어들자 연락이 차츰 줄어드는게 느껴졌다. 물론 그건 내 탓이다. 유학간 친구가 한국에 와서도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까. 변명하자면 자격증도 없고 취업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누굴 만나서 내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불편했다. 항상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았고 내 인생은 전혀 재미없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나를 제외하고 그 둘은 연락을 자주했고 만났을 거라고 생각된다.
오늘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참 많았다. 혼자가 아니었지만 외로웠다. 나만 도태되고 있었다. 그 흔한 자격증도 못따고 4년 내내 전공공부는 허투로 했는지. 원. 같은 학과 친구들을 만났을 때보다 더 부끄러웠다. 내색은 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표정에서 티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다들 취업해서 신입사원이라 할 얘기가 많아보여서 난 더 입을 꾹 다물고 호응만 해댔다. 다음 달에 여행가는 것도 말하고 지금 기타배우고 책도 많이 읽고 있고 날 좋은 날엔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남들처럼 한다는 것. 그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간단히 말해 자격지심이다. 부모님과의 언쟁이 싫어 설날에 대판 싸우고 지금까지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낸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남들은 다하는데 너는 도대체 뭐가 문제냐 내가 뭐 너 하고싶은거 안해준 적 있느냐.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내가 더 못나지는 느낌이 들어 감정표현도 점점 줄여갔다. 집에만 있으니 더 우울해지고 잡생각만 많아진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완벽할 수 있으랴. 난 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뭐든지 완벽하지 않으면 지레 포기해버리고 마는 성격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 한층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또 하나 문제는 남들의 이목을 너무 신경쓴다는 것이다. 사람이 같을 수 없고 한 명 한 명이 다 다르고 다른 인생을 살아갈텐데 너무 한 가지 삶만 원하고 바라보기만 했었다. 부모님의 세뇌때문이기도 하겠지.
그래봤자 26년 동안 오롯이 다 내가 선택해서 걸어온 길이다. 과거를 부정하면 지금의 난 무엇인가. 껍데기만 나이들어가고 정신은 발전하기는 커녕 점점 쇠퇴되어간다. 주관을 바로잡고 해야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나가자. 몇 년째 내 발목을 잡고 나를 더 옥죄고있는 자격증부터 먼저 따 버리자. 다행이도 2014년 아직 많이 남아있다.
기회가 없다면 좌절해도 되겠지만 아직은 청춘이다. 실패했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하는 것도 지금까지 다 해봤다. 이제는 길에 앉아 쉬는 것보다 천천히 걸어가야 할 시간이다. 많이도 쉬었다. 이것또한 내 선택이니 후회는 없다.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아가야하는 이유일 뿐이다.
화장부터 깨끗이 지우고 방청소를 시작해야지!